아무 이유없이 우울감과 번아웃이 올 수 있나요? 고1 학생입니다. 그동안 못하겠다싶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고 성적도 좋게

아무 이유없이 우울감과 번아웃이 올 수 있나요?

cont
고1 학생입니다. 그동안 못하겠다싶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고 성적도 좋게 나온 적이 한번도 없는데 갑자기 너무 우울하고 아무것도 못하겠고 전에도 많이 한 적은 없지만 더 하기 싫어졌어요 이러다가 진짜 망할 것 같고 미래가 막막한데 하고 싶은 생각이 안들어요 한게 없어서 힘들다고도 못말하겠고 죄책감들고 힘들어요 왜 그런 걸까요

원래 아무것도 안하면 더 스트레스가 쌓이죠?

해야할 일이 있는데 너무너무너무 열심히 거기에만 매달려서 하다보면 심신이 지쳐서 번아웃이 올 수 있지만, 해야할 일이 있는데도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해야할 일이 쌓여만 가는걸 지켜보기만 하는것도 상당한 스트레스가 됩니다. 해야한다고는 하는데 하기는 싫고 그러니 계속 쌓여가고, '아....저것들은 언젠가 다 처리하긴 해야하는데....'하면서 걱정은 되는데 그럼에도 하기는 싫고......하면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이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우울증이 올 수도 있죠....?

근데......뭐 학생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니 제가 이러쿵 저러쿵 말하긴 좀 그렇지만...

인생은 공부가 전부가 아니에요. 학생은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기왕지사 태어난거 재밌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그걸 위한 수없이 많은 방법들 중 하나가 공부'일 뿐이죠.

막말로.....부모님 세대에는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 가면 그 이후엔 좀 대충 해도 탄탄대로가 열리면서 좋은 기업들이 앞다퉈 모셔가고 했었어요. 근데 지금은 한국에서 최고를 다투는 서울대, 거기서도 박사과정까지 마쳐서 진짜 '그 전공에서는 끝판왕'수준이 되더라도 10명중 3명은 직업을 못구해서 놀아요.....

경제성장률은 추락하고 자동화되고 하면서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인구는 오히려 늘어나고.....하다보니 이제 더이상 단순히 '좋은 대학'만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는 세상이 아니에요. 오히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거나 특정 분야에 노력해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남들은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면서 잘나가게되는 일이 더 많지...

그러니 공부 못해도 인생 끝나는거 아니에요. 막말로 대학 못가고 고졸로 살아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거, 자신이 행복한거 찾아내서 그거 하면서 살아가면 되는거죠....

다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직 어리고, 세상 경험도 없고 하다보니 '내가 진짜 하고 싶은게 뭔지, 내가 진짜 잘하는게 뭔지' 아직 잘 모를 시기니까 '일단 공부라도 해라'라고 하는거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하는거에요. 내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마냥 놀긴 좀 그렇고 일단 공부라도 열심히 해보자.....하면서 '뭐라도 열심히 하고 집중해서 노력하는 습관'이 생겨야 나중에 꼭 대학이 아니라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에도 공부하듯 열심히 노력하고 집중해서 실력을 쌓아갈 수 있으니....

취업할때 학교 성적을 보는것도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으니 회사 일도 열심히 하겠거니....'하는 의미가 크거든요...

그러니, '공부하지마, 공부 안해도 얼마든지 살 수 있어 ㅋㅋ'가 아니라, '지금 당장 뭐 하고 싶은게 딱히 없으면 공부라도 열심히 하는 습관을 들여봐'라는거에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습관이 생기면 나중에 꼭 입시공부가 아닌 다른 공부건 일이건이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거니까...

다만 '지금 당장의 성적이나 입시에 너무 매달리지 마라'는거고.....

너무 힘들면 내가 딱히 한게 없는것 같더라도 부모님이건 선생님이건 도움을 받아서 정신과 진료도 받아보고 우울증 검사도 받고 해요. 아니 내가 한게 없더라도 힘들고 아프다니깐??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꼭 뭘 이뤄내야만 아프고 힘들 권리를 얻는것도 아니고, 아프고 힘들면 병원을 가건 검사를 받건 해야죠?

예를 들어 내가 직장에서 짤려서 현재 백수인데 길 가다 강도를 만나서 칼에 맞아서 피가 철철 나는데 '아...나는 백수니까 병원 치료 받을 자격도 없어....'하고 죽어야해요?? 아니 일단 살아 남아야 다시 일자리를 구하건 사업을 하건 하지....ㅎㅎ

힘들고 어렵고 아픈데 '자격'따위는 필요없어요. 그냥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해요....





참아야지! 참아라! 그러면 잘 되어 갈 걸세. 친구여, 정말 자네 말이 맞네. 세상 사람들 틈에 끼여 날마다 일에 쫓기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과 그들의 행동을 보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나 지신과 휠씬 더 잘 타협할 수 있게 되었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